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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향기

새(鳥)가된 어린영혼 내게로 오다.

새(鳥)가된 어린영혼 내게로 오다.

김봉숙

밤새 칙칙한 기분을 밝은 햇살로 몸도마음도 소독하려 했던 간밤의 뒤숭숭한 꿈자리

지친듯 쓰러질듯 나약하게 비칠거리는 풀죽은 내모습처럼 형편없는 이슬비가 내린다

지난밤 꿈이 자꾸자꾸 선명한 모습으로 눈앞에 어른거리는 영상으로 되살아난다

" 난 허허로운 논뚝길을 하염없이 걷고있었다.비탈진 논뚝엔 파랗게 웃자란 잡초들이 얼기설기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여린 풀잎위에 손톱만하게 작은새가 알록달록 너무도 이브고 앙징맞은 새가 풀잎사이를 오가면 작은 울음으로 노래하며 파드득날개짓으로 오가며 노닐고 있었다.

바라보다 가만히 손을 내밀어 손에 앉길 기다리며 한참동안을 바라보고 그렇게 앉아있었는데 어디선가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고운 노래일까? 어느곳으로부터 오는걸까? 이리저리 둘러보니 내민 손끝을 따라 논뚝바닥을 보니 뱀 굴에서 허물벗겨진 벌건 뱀대가리가 나를 노려보고 있지 않은가?여린 휘바람새를 노리는 능글맞은 뱀의 눈초리

난 세상에서 뱀과 쥐를 가장 싫어하고 무서워한다 책속의 그림만으로도 생각만으로도 기절할만큼 징그러움에그 형상 자체도 기피하는 비슷한것만 봐도 가슴이 덜컹하고 벌벌 떠는 진땀에 가슴이 오그라붙어 버린다.그 노려보는 뱀눈과 마주친순간 으~아~~~악 쿵~~비명을 냅다 지르는 내 소리에 대책없이 침대에서 패대기치듯 굴러떨어졌다"

하루종일내 자꾸 여리고 조그만 예쁜새의 지저귐이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몇년전 봄볕 따스함에 새싹이 돋아날 즈음해서 사고로 짧은생을 마감한 조카(남동생 아들)가 자꾸 떠오른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얼굴 그모습은 정지된 영상속에서 늘 변함없이 해맑은 어린아이로 더이상 자라지 않고있다

돌이지나 한참 재롱 부리며 걸음마에 맛들인 탓에 밖으로 나가기를 종용하던 시기,카 센터를 하는탓에 각별히 신경쓰며 애지중지 보호했건만,왠만하면 집안에서 엄마하고 항시 놀던애가 잠깐 사이 밖으로 튀어나간 공을 잡으러 어느순간 달려나갔나보다. 하필 그대 사고접수를 받고 급히 출동 후진하던 렉카차에 사고를 당했다.그렇게 무던히고 이뻐해주던 옆사무실 총각의 렉카에....... 운명은 순간에 세상밖으로 다르게 갈라놓았다.짧은 세상에 발디디려 미쳐 적응해 보지도 못한채, 해볕좋은 그날 오후 갑작스런 연락을 받고 정말 꿈이기를 고대하며 가슴무너지는 소리로 뛰쳐나갔던 그때의 기억,하나밖에 없는 아들 카센터와 함께 붙어있어 늘 노심초사 불안함에 가정집을 따로 장만하여 나가려 했건만 이승의 인연은 거기까지의 숙명이였나보다.

더더욱 애지중지 손끝에서 등짝에서 떼어놓지 못하고 늘 고슴도치사랑으로 품안에서 키웠건만,사고후 병원으로 이송중에..

영안실 냉동관에속에서 나와 마지막 영구차로 옮기기전의 의식으로 마지막 인사,여리고 나약한 작은 몸뚱이 보드라운 살결 솜털이 보송한채 숨쉬는듯 잠자는듯 평화로이 잠자는 작은영혼은 꿈을꾸는듯 얼어붙은 얼어붙은 애기천사의 잠든나신 나폴거리는 머리털 고요히 감은눈 냉동에 쪼그라붙은 앙징맞은 작은고추 작은평화가 차디찬 관속에 잠자고있다.

공꽁 얼어버린 하얗고 보드라운 살결에서 차겁게 전해져 오는 주검 잠자는 밀랍인형같은 미끼지 않는 모습으로,하얀 이를 드러내고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찍은 돐사진이 아프게 웃고있다.영정사진 앞세우려 웃엇는가?액자에 검은휘장 두르고 마지막 웃음으로 잘있으라 너무 슬퍼말라는듯 손흔들며 그렇게 짧은 이승에서의 마지막을 밟고 떠나갔다.그맘때만 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가슴절인 아픔이 물결처럼 점점더 커지는 파문처럼 상처에 소금을 뿌리며 지나간다.

그후,사고 그자리에서 무당을 불러 자리걷이 라 하는 원혼을 달래는 의식으로 굿을 했다.삼십대의 젊은 애미애비의 찢어지는 아픔이야 그 어찌 대신할수 있겠냐마는,부디 좋은길 편하게 승천케하는 마지막 해줄수있는 속죄인양 그 무언들 해야했다.

무당의 말인즉슨 거기까지만이 삶의 몫이였기에 그만큼 살다갈 운명뿐이였다는 체념 시키려는 위안이였을까,부모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자책과 회한의 고통은 가슴한켠 묻어둔 영원한 아린가슴 무인도에 묻어둔 평생안고 살아갈 상처다.

그토록이나 손주 사랑에 유난히 정을들인 연로한 두 양주께선 몸져 앓아누우셨다,할아버지 할머니또한 어린 원혼 가는길 달래나 주자며 그렇게라도 해서 조금이나마 속죄을 하고 위로가 될수있다면 그보다 더한 무엇인들 해야했다

밤새워 쿵덕거리며 신명이 슬픈 굿을했다.신령님께 머리조아리고 빌고또빌고 부디 좋은길로 인도해 달라고 눈물로 빌었다

그렇게 밤새워 긴 시간 굿을했다.미신을 믿든 안믿든 참 희안도하다.굿판의 여러가지 의식중에 영혼이 다음생에 무엇으로 환생하는지 나타나는 형체로 알수있다는 그무엇이 있었다. 그들의 의식대로 커다란 함지에 씰을 담아 그위 종지에 촛불을 켜담고 창호지를 덮어둔다,촛불이 타들어가 동안 초가 타는 연기가 끄으름으로 오르면서 덮여진 창호지에 그 어떤 형상화된 형체의 그림으로 그려진다. 검은 연기가 타올라 끄으름은 날아가는 새 모양의 그림을 그렸다.

정말 희안한 일이다 정말 귀신이 있는것일까,영혼은 새가 되어 날아가고 싶었던가 싶다.그 애는 새가 되었다고 했다.그리고 덧붙여 무당은 말했다 그해에 삼신할머니가 아들을 점지해 줄것이니 낳으면 아들이 틀림이 없다나,그렇게 구멍뚫린 가슴엔 또 다른 사람의 온기로 메워져야 허전함이 뻥 뚫려 바람가득 들어아 얼빠진 넋에 혼을 불어넣어 살아갈수있는 사랑으로 채워가는 사랑으로 살아가야하는것인가 보다.가슴 밑바닥엔 언제나 한쪽가슴 도려낸 아린아픔 무인도 가둬둔체 묻어두고 살아가는것이다 두고두고의 아픔에 이따금 따끔거리는 상흔에 눈물지으면서,그 이듬해 정말 아들을 점지해 주셔서 생판 다르게 생긴 머슴애를 낳았다,너무도 이쁘게 생긴놈,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녀석을 볼때면 나도모르게 그애의 이름이 먼저 입밖으로 튀어나오는건지 이상한 일이다 우연히 잊었는가 싶다가도 막상 이름을 부르려면 먼저간 그놈의 이름이 자꾸 입에 붙는지,그애매애비의 앞에서 채 아물지 못한 피흐르는 상처에 염자을 질러대니 나도 모를일이다.어느새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젠 오래전 아주 묻어버린 기억에 가끔 인사를 할뿐,지금의 조카 녀석의 얼굴에서 기억을 묻어버렸다.

새는 영혼이라 한다

날개짓이 힘겨운 아직은 여리고 작은새지만 힘차게 날수있으리라

아직은 잊지말라 달라고 지켜봐달라고 생전 보고싶어도 볼수없었건만 오늘에서야 꿈으로와 보여지기 위해 내게로 왔다

꿈속에서 작고 앙징맞은 예쁜새의 지저귐 고운 소리로 풀잎위에서 한가롭게 노닐며 나를 부르고 있었나 보다.너를 지켜주기 위해 뱀대가리는 나를 일깨워주기위한 경각심이였던건 아닐까 싶다.부디 천국에선 마음껏 공놀이로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꺄르륵거리는 웃음으로 자유롭게 놀거라,영원히 죽지않는 불사조가 되어 아주 나중에 금빛찬란함으로 맞이해 주렴

그때까지 잘있거라 그때까지 안녕.이제막 세상 걸음마로 시작하는 재미에 빠져 이곳저곳 구경할곳이 많을터 정신없이 놀고있어랴 한다,내 가슴에도 자유로운 새처럼 언제나 네가 뛰어놀고 있을테지,아침이면 아파트 복도 높이만큼 키가커 올라온 은행나무에선 새들의 명랑하고 투명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어린 천사의 맑은 영혼으로 웃음짓는 고운 새소리가,네 즐거운 웃음소리의 인사는 창을열고 고운노래에 아는체 해달라는듯 햇살좋은 날엔 유난히 기분좋은 재잘거림으로 귀전을 맴돌며 간지른다,언제나 햇살 말고밝게 퍼지는 싱그런 새아침이면 어김없이 자유로운 영혼을 찿아와 노래하는 조그만 여린천사인 네게 아침 인사를 한다..........안녕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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