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는 덪.
글/김봉숙
어느날은 아삭한 사과 한입베어 물은 상큼한 날로
또 어느날은 고래심줄 씹듯,삼키지 못하고 뱉어버린 씁쓸한 날로
하루가 우습게 혹은 별시덥지 않게 세월이란 무게에 힘을가하고 달아난다.
저만치 가다말고 돌아보고 가다말고 뒤돌아 확인해 보아도 나는 보이지 않는다.
나의존재가,나란 존재가서럽게도 보이지 않는다.
무심히 길을 생각없이 걷다보면,지금내가 이길을 왜 와서 서있는것인지도 모를
아득함에 넋나간 거리의 허수아비가 된다.
문득 자신의 존재의 정체성에 혼미해질때가 많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대체 무어란 말인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몸뚱이가 이정표 없이 그곳에 뜬금없이
서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날이 한두번이 아님에 치명적인 뇌손상이 있는것은 아닌가 의심을해본다.
왜 자꾸 그런 착시현상에 아니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것일까?
일순간 정신을 놓쳐버리는걸까? 놓아버리는 것일까? 버리고 싶은 걸까?
항상 길을 걸으면 나는지금 길의 마디마디에 나를부여하고 기억하려 애쓴다.
지금의 나는 무엇인가?무엇 때문에 이길을 가야만 하는가?
끊임없는 반문을 하며.
마음은 이유모를 답답함으로 터질것 같이 팽만해있다.
생각없이 무기력하게 시간놀음에 놀아나고 괜한 시간들에 부여된
공간들에게 부질없는 화풀이하고 괜한 자괴감에 울분을 토하고
기복이 불안정한 이유모를 두근거림에 흔들리고 시달리는것도 짜증나고 지겹고
무엇을 해봐도 재미도 없고 사는것 조차 시들거리고 흥미를 잃어간다.
어차피 산다는게 이런거라면 차라리 산속 깊은곳에 자연을 벗하며 무념무상
으로 철저하게 홀로 죽은목숨으로 엎어져 살아도괜찮으리라.
내가 웃는것도 위장이고 말하는 것도 거짓이고 행동하는것도 허울좋은위선이고
어쩜 보여지는 것은 나는 내가 아닌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부담스런 하루를 숨가삐 달리면서 턱끝까지 차오르는 가쁜호흡으로 날려버린다.
미칠듯 죽을듯이 헉헉거리는 숨통끝 한숨으로 털어버린다.
육신을 뚫고 나오는 샘처럼 흐르는 땀방울 내안의 찌꺼기를 깡그리 대청소 하며
내몸의 세포들을 올올이 세워 나를 정화시켜본다.
또 하루가 흐르는 땀에 탁해진 마음의 찌꺼기를 걸르며 평온하게 씻기어 지나간다.
비로서 "그래도 조금쯤은"자조적인 위안,내마음의 벌거벗은평화가 잦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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