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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풀기.

석양(夕陽)이 지난 자리

석양(夕陽)이 지난 자리

글/김봉숙

희뿌옇게 점철된 먼지비는 내 눈을 흐려놓는다

꼬질꼬질하게 때낀 하늘의 연막뒤에

팅팅불어터져 번진제빛잃은 희미한 노을

촛점없이 풀린눈의 흐리멍텅한 맥빠짐이였다

비탈에 기대어쓰러질듯 누워버린 초라한 석양

아무런 눈부심 없는수명다한 체념의 침묵

내몸의 기가 스르르 주저앉아 허물어지는 나의소리

분명한 자신의 궤도에서 빛을 발하건만

해거름 땅거미 뉘엿뉘엿 어둠이 스미는

빗금 칠한 공통부분이 어스름으로 접목되는 이시간

순간 노을은앞산 봉우리 잠시 걸터앉았다 사라진다

분명그름뒤의 석양은 여전히 말간피빛의 정열이리라

어느날 나의 하루도 시들은 석양처럼 가엾은 동정으로

비칠거리며내일없는체념으로 넘겨보냈던 많은날들

그러나,역광에 불같이 타오르는 불덩이 석양을 보며

포부에 희망을 안고 떠오르는 태양의 웅지를 품었으리라

석양노을을 바라보며 멋진 꿈을꾸었던 그런날이 더 많으리라

매일의 태양이찬란히 떠오르기에 석양은 아름다운 약속

어김없이 찿아드는 내일내일에거는미래의 희망

내일이 없다는 절망은내몫도 아니고 나머지도 없으리

오직 하나변함없는 태양이 가는길목

그 끝은 종착역이 아니라 우리들의 시작

처음과똑같은식지않는 뜨거움으로 내일을탄생시키는

우리들 내일의 발돋음 이리라

나을 닮은 석양노을 위태로이 산비탈에 미끄러져갈때

시간의 기로에서 멈칫하며 멈춘듯한짧은순간

눈물나게 좋다,

미치도록 좋다

서서히 어둠은 땅거미 즈려밟으며도둑 고양이 발걸음

기면증 예민함으로 내몸에 혼을 불어넣듯 스며든다

인생 반나절의 황혼을 떠안고 내일을 기다리는

행복한 순간의시간 앞에 서있는 나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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