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하루
판박이 시간을 인쇄하면서...
괜찮을꺼야
2007. 6. 19. 23:05
판박이 시간을 인쇄하면서.
글/김봉숙
뜨거움을 삭여줄 비는 오지 않았다
습한 고열의 찐뜩함이
체내에서 흘러나와
땀으로 눌어붙었다.
카트에 가득실린 박스의 물품들
진열대를 메우기 위한
잰 발걸음과 분주한 손놀림
쌓여지고 나란히 줄세워 채워지고
반짝 세일타임을 기다리는 긴행열
오늘의 세일 품목
머리통만한 수박이 단돈 오백원
할일없는 여편네들,한시간 기다리는
수고쯤이야
한때는 나도 할일없는 여편네들의
일원으로 긴행열에 기꺼이 서있으련만
시간의 징검다리 사이가 먼
널려진 시간의 홍수속을 헤매였다
죽어지면 썩어질 육신
이한몸 부지런히 놀리고 움직이는
최선의 삶을 살아야한다는 생각
한때 머물러가는 생의 간이역에서
먹기위해 살아가는 매일의 일상
돌아서면 채워져야 하는 배고픔
평생의 되풀이를 위한 삶의반복
판박이 시간을 찍어내는 인쇄하는 삶
저녁 끼니때가 되기전 장보기
한때의 군상들이 메뚜기떼 처럼
휩쓸고 지나가면
이빠지고 구멍난 물품들이
들쑥날쑥 정돈된 진열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