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

나쁜 며느리가....

괜찮을꺼야 2006. 12. 26. 21:26

삶의 마지막 경계선.

생의 끝

언젠가 예고된 삶의 마지막 경고

건강한자 어느날 갑자기 부름받은 돌연사가 아니기에 어느때 어느시기가 다가올날을

염두에 두고 부음을 기다렸을지도 모를 예고사,모진 생명줄,연로함에 불치병이 더한

생명부지 목숨줄 연명은 살아있어도 산것이 아닌 인간의 경계를 넘어선 산소호흡기

에 의지한 억지스럽게 매달린 삶의끈은 그리도 질겼던 말이던가?

젊어서 그토록 즐긴 줄담배 골초의생,한순간에 내려진 진단,소리없이 내 몸을 갉아썩어

버린 후,뒤늦은 깨달음에 실천과 뼈져린 후회,손 댈수 없을 정도로 진행된 폐암선고

항암으로 인한 모진 고통을 참아내기엔 노쇠한 몸은 감당키 힘든 고통이였으리라.

병마의 진행은 하루하루 긴 고통과 아픔으로 정신마져 놓아버릴 지경이였으리 차라리

편안한 길을 택하고 싶었으리라.삶과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드는그런 투병을 간접으로

저편에서 지켜 보았던 한치건너 무덤덤했던 며느리인 나 였기에,내겐 아주 못되고 냉정한

사탄같은 시커먼 마음이 속깊이 도사리고 있었나 보다.그러하기에 멀지않은 시기의 부음을

각오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냈는가 싶기도하다.지금와 생각하니 이 또한 나의 죄스런

이기심은 어쩜,삶의 조기마감을 종용하고 기다린 나를 자책케하는 속죄를 반성하게한다.

이 얼마나 비열하고 냉정한 나인가?이 얼마나 지탄받을 가증인가? 속된 알량함에 눈먼인간인가?

남들은 모르는,겉으론 짐짓 숙연하게 온갖 슬픈애도의 표정과 행동으로 사자(死者)를 기만하고

삶의연명을 재촉한 얄팍한 가슴으로 냉정을 품고 지내온 날들이 얼마나 가증스럽단 말인가?

흰상복을 입고 문상객들을 맞이하는내겐 얼마나 많은 슬픔과 연민을 품었던가 말인가?

그토록이나 삶의 애착을 갈망했던당신께 아무것도 할수없었던 내가 할수있었던것은 고작해야

기억없는 혼미함에 두손잡고,힘내라는 말과,이것또한 자신을감춘? 가끔 마주보는 밥상머리에서

많이드시라 이것저것 찬을 얹어 주던것이,힘없고 노쇠한 그 앞에서 내가 할수있었던,진정 예전

사랑으로 이것저것 마음써 주시던 따스함들을 베풀어 주었던 그 때의 당신 모습을 떠올리며

진심으로 쾌차하길 마음으로 간절히 염원하였거늘........그것또한 알랑꼴랑 그때 뿐이였던가?

참 사랑이 많은 분이셨다.

첫아이 머슴아를 출산하였을때 손수 작명소에서 길한 이름 지어 먼길 불원천리 기쁨의 거리를

달려오시고,목욕때마다손수 거들고,성장 단계마다 장난감과 학습도구,옷과 용품들,각별한 손주

사랑이 남달라 항상 당신손으로 철철이 준비해주시고,때마다 긴 장문의 친필 서신을 보내시고,

가끔 며느리들 앞세워 서점을 들러 책을 고르라해서 선물하시고 늘상 책과 신문이 방안가득 널려지고 재떨이 가득 넘치는 담배꽁초 수북하게 쌓아가며 항상 책을 가까이 하시던 당신모습,그런 고지식한 고루함이 답답하게만 느껴져 너무도 싫어했습니다

항상 문을 나설때면 정장양복에 멋장이 모자 쓰시던 모습,집을 방문할때면 먼저 아이들 앞세워

손을잡고 문방구,직행 아이들 필요한 것부터 손에들려 주시던,훤칠하고 지적인 멋장이 노신사.

지난날의 좋은 기억들은 묻혀지고 눈앞의 병든모습의 초라함에 못된 마음으로 일관했던

나를 용서하소소.

마지막 영정사진의 당신의 모습이너무도 쓸쓸하게 느껴져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애잔한그 눈이 너무도 서러워서한없이 울었습니다.

살아생전 무심하게 자주문안 드리지 못한 내 불성실 죄송합니다.

이제와 후회와 돌이키지못하는 변명같은 반성을 합니다.

잘나고 반듯한 효성지극한 당신의 세 아들,참 잘 키워주셨습니다.

손주 사랑이 각별히 남달랐던 당신,

그 모든 당신의 착하고 예의바른,반듯하게 자란 그아이들

당신 가시는길 내내,당신과 함께 했습니다.

당신 잠드신 그 자리,

볕이 아주 곱게 잘드는,어둠을 가르며 동트는 일출이 저수지에 비춰 떠오르는 아주멋진

어두운것을 싫어하시는 당신께 이른 밝음이 찿아드는 그곳에 당신을 뉘였습니다.

편히 쉬십시요.

고이 잠드소소.

...............나쁜 며느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