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풀기.

오후 6시 즈음하여.

괜찮을꺼야 2008. 9. 24. 19:58

오후 6시 즈음하여.

김봉숙

환절기마다의 부적응

방심한 계절탓에

살짝 빗나가버린 신체리듬

어눌한 말더듬인양 매끄럽지 못한육신의 뻐근함

그물에 얽혀뒤엉켜버린 흐트러지는 생각

찰싹 눌어붙은만성 피로감의 끈끈함

사치스런 건방진 오만

제풀에 떨어져버린 낙과실이 차라리 부러워

눈에 띄게 짧아진 해를 잡으러

산등성이 길게 드리운 그림자 다리삼아

길이 놓여지면

헐떡이며 오르던 봉우리에

아픔에 겨운 붉은 피빛

울컥 한소꿈 각혈 토해내면

어느순간 천길 낭떠러지로 스러져간다

엇그제의 지금 시계는

아직도 쨍쨍 가시지 않는

뜨거움과 열기에 지쳐있었을터

어느새

조금씩 돌고돌아 밀려온 계절의 시간

미동없는 불변의 신뢰

위대한 절기의 약속에 익숙해진 우리들

아!

갈색 꿈 꾸는

가을

오후 6시 즈음해

둥지잃은 가을바람을 남겨두고

못내 아쉬운 미련에 눈을 부릅뜬

충혈진 해가 앞산을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