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풀기.

흐름의 약속.

괜찮을꺼야 2008. 8. 18. 21:16

흐름의 약속

김봉숙

여름이 지나가는 하늘에

깊은 심해속에 숨어

이따금씩

잘개 쪼개져 보이는 암초같은

구름 사이로

띄엄띄엄 성글게 박혀있는 별들이

지친 더위를 피해

존재하는 멀어진 사람들 서로를

부르고 있다

절기의 약속은

어김없이 바람을 일으키고

나뭇가지 걸터 앉은

바람의 긴 한숨

구름은 하늘을 씻어

소나기 한소꿈으로

태양을 식히니

어느덧 여름 문턱 닳아

문풍지깃 세워

섬돌밑 귀뚜라미마저 울리네

여름이 지나가는 하늘에

바람이 스치울적 마다

별을 낳은 투명함으로

여름앓이로 신음하고

저 산너머 여름 길목엔

부숭한 양털구름 한무리

바람에 실려

뿔뿔히 흩어져 도망치듯

아쉬운 몸짓으로 떠밀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