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이별
글.김봉숙
언제부터였을까?
익숙한 이별에 이골이 난듯한 초연함
빛바래고 누더기진 옷매무새의 초라함보다
두팔벌려 떠나보낸 것들에 대한
자유스러운 고독의 여유
미련없이 훌훌 털어버린
빈들에 남겨진 홀로누리는 시간의 자유
비에젖은 고독이 뚝뚝 떨어져
외로움과 쓸쓸함의 벗은 찿아와
그곁을 맴돌뿐
고독한 수행자의 사색은
묵시의 언어로
홀로 긴시간 자신을 갈무리 하며
내일을 기다리는가
모두 떠난 빈들녁에
걸친 옷가지 너널거려도
빈마음 채워지는 고독이 넘실거려도
내가 떠나보낸 행복을
다시 기다리는 잠시의 무념무상
비록 내 쓸쓸함의 위로로불어오는 바람일지라도
지금은 그냥 모르는척 스쳐가주었으면
황량한 빈들에 우두커니
흠뻑젖어 줄줄 물흐르는
고독이비바람에 씰그러져
볼품없는 모습으로 비춰 질지라도
마음은 한없는 기쁨 충만함으로 샘솟아 오르네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는
허허로운 공간에 오두마니 서있는
허수아비
낮설은 희망보다
익숙한 이별이 자연스레이느껴지는
행복한 고독을 만끽하는 막대 인형
나는 오늘
빈들녁에 허수아비로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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