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떤하루

당신을 품는다.

당신을 품는다.

김봉숙

투명한 얼음만큼 차가운 날씨

뼈속까지 시린 바람이 스민다


방한켠에 덩그라니
농염한 계절을 안고

누런빛 평온함이 너그러운늙은호박
따스함이 감도는 점찮은 불빛마저
조소하는듯 냉냉한 눈초리

가만히 누웠다

꼭꼭 눌러 여민
묵직한 솜이불깃새로
그래도 갓바람이 스며들어
으스스 한기가 감돈다

왜 이리도 추울까?

눈을 감았다
아무런 미동없이 죽은 시체마냥
마디마디에 파고든 바람은
사지육신에 매달려 신음한다.

어느 겨우해
장지로 따라나섰던
장성 어느외딴 마을
아주 오래묵은 감나무가
집집마다 마을어귀마다 많았던.

감나무 가지끝에 구름 내려앉은 흐린날
금린처럼 반짝이던 강이 내려다 보이던 묘터
빈가지 을씨년스런 커다란 고목
하늘닿게 뻗은 가지끝 겨우살이
까치밥으로 남겨진 붉은 대봉시.

높기도 하여라
선명한 주홍빛으로
달랑 매달린 처연함이
깊은 슬픔이홍시감빛으로
내게 물들어 왔다.

춥다
뜨거운 피가 돌아 따뜻하고 싶다
홀로발산하는체온만으론
가슴속 시린바람이 스며몸에밴 한기
쉽사리가시질 않는다.

새삼 엇그제
사랑이 그리워진다
함께였던것만으로도 따뜻할수 있었던
사람이 그립다.

그저 아무런 말없이
무심하게 바라보던 텔레비젼도
눈길도 손길도 입김도
그저 함께여서 마냥 좋았다

문틈새를 비집고 새어드는
황소바람은 북풍한설이 되어
긴 밤 어둠의 깊이만큼,
그네타는 바람에 오래도록 흔들릴테지.

굳어버린 몸뚱이에 눈감아도

횃치듯 범람하여 떠도는 상념
영혼을 찔러대는 가시처럼 잠오지 않는밤
낡은 필름의 잡음처럼 뒤척거림에 지쳐
당신을 품는다
당신을 안는다.

'어떤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위한 변명.  (0) 2008.02.22
불빛의 노래.  (0) 2008.02.17
더이상 잃을것이 없다.  (2) 2008.02.12
회한.(悔恨)  (0) 2008.02.08
꿈꾸는 섬  (1) 2008.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