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묻힌 시간속에서

버려짐.

버려짐.

글.김봉숙

네게 작별을 말하지 않았건만

가을은,내게 소리없는 이별을 하는구나

한점 바람없이도

가야할길을 알고 가는것인가?

스스로 몰락의 버려짐인가?

다시금 내일의 기약이던가?

제풀에 겨워

추울줄 모르고 벗어던진

빈가슴 시린 텅빈나목의 허무

생각이 죽은 땅에 엎디어

낙엽은 추억으로 밟히길 기다린다.

그러나,

나는 서럽다

밑거름 자양분으로서의 합리화보다

자연의 섭리란 이유로

떨어져 버린 낙엽의 버려짐이 섧디섧다

만산홍엽 물들어가는 계절

단풍이라서 빨강이다

은행잎이라서 노랑이다

하늘이라서 파랑이다

아~내가 버린 가을이다

잘라낼수록 움트고

밟을수록 고개 치켜세우고

버릴수록 달라붙는

악착스레 키워지는 그리움

가을 추억은 쓸쓸함 깊은 들녁의 허수아비가 된다

찢겨 너덜대는 전화번호부

파손으로 얼룩진 수화기

공중전화부스의 희미한 불빛아래

누군가들의 수많은 사연이 오갔을 수화기

이젠,

만신창이 흉물스런 애물단지로

아무도 기다리지 못하는

철저한 버려짐.

전선줄에 매달려

그네를 타는 바람도

고압선에 걸려

질식한 비명처럼

웃고있는듯한 초생달도

깊은 만추속에 던져 버리자.

이별의 눈물이

추억의 그리움이

사랑의 아픔이

상처난 슬픔의 흔적이

모두가 버려진 아름다움들

새살돋는 근질거림 참을수 없어

긁어부스럼 다시 상처로

덧나지 않게

낙엽처럼 떨구자

버려짐으로.

'묻힌 시간속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취한세샹과 부르스.  (0) 2007.11.28
욕심.  (0) 2007.11.27
기쁜 우리 봄날.  (0) 2007.11.14
그 어느곳이든.  (0) 2007.11.09
기억속으로.  (0) 2007.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