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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힌 시간속에서

향수(鄕愁).....(군대 면회가던길)

향수(鄕愁)

비 포장 신작로에 터덜거리며 먼지에 쩔은 남루한 군용트럭이 한대 지나간다

멀리서 부터 돌개바람 불기전의 징후처럼 들썩이던 먼지바람이 회오리로 지나치면

훗배앓이처럼 한동안 붉고뿌연 흙바람 먼지가 긴여운을 남기며 서서히 잦아든다.

강원산간 아주작은 소읍내에 존재한 버스터미날 듬성등성 깨긴 유리창 너머의 기다림

비포장 도로에 하루 조석으로 왕래하는 합승버스는 때마다 가득가득 군복 땀내에

쩔은청춘의 살비린내를 숨막히게 풍기고 치기어린 술기운으로 삐질삐질 새나오는

애액냄새를 유발하며 손잡이에 매달려 이리저리 흔들리며 호르몬 분비 왕성한 젊은날의

국방색 추억을 뿌려가며 꼬질꼬질 오래된 낡은 버스는 언제나 저당잡힌 청춘들에 터질듯한

발산못한 청춘을 몸에 휘감고 시한폭탄의 단념의 웃음지며 만차의 콩시루가 되어

이리치고 저리치고 흔들리는 시간의 눈금에 맞춰가는 이들을 종용하며 뿌연매연과

먼지를 희롱하며 달려가는 그속에 설레임으로강원도 꼬부랑길 멀미로 찿아간 작대기 두개.

고르지 못한 신작로 바닥의 자갈들은 콩튀듯 탈탈거리고 비온뒤 움푹 패인 웅덩이는

쿵덕이는 엉덩방아에 절로 히죽거리고,산따라 물따라 돌고도는 꼬부랑길 제멋대로

이어진 자연스런 산모퉁이길에 한줌 뿌연 먼지 구린두엄의 농촌의향기 조차도 살가웠던

기쁨으로 향이되어 구수함으로 다가오는 국방색 추억속 솜털가시지 않은 까까머리의

앳된 젖살기가 남아있던 순진하고 순수했던 촌티나는 첫남자였던 그를 면회가던 먼 옛시절.

나 역시도 뽀앟게 피어오르던 순수로 꽃과같은 시절이였겠다(결코 이쁘진 않았지만)

비갠후 웅덩이를 건너던 차량에서의 느닷없는 흙탕물 세레에 황당함 보다 누가볼까

챙피함이 앞서,벌개진 얼굴 두리번 거리며 아무일 없다는 듯이 걸어가 보지만.....

벌건흙탕물에 얼룩진 속상함에 내뱉은 이름모를 원망 비만오면 패여 웅덩이가.

그땐 잔걸음 팔아 걸어야 하는 수고 쯤이야,......

종점에 이르러 면회 신청 접수를 받는 다방 또는 휴게실이란 젊은 레지(다방아가씨)

곤로위 커다란 다라이에 뎁힌 컵에 원두커피를 내리고 이리저리 탁자사이를 누비고

때론 놈팽이와 마주앉아 희희낙낙 시간의 농담놀음의 자유분방한 그곳,주방 한켠에

시커면 수화기를 돌려 번호를 대면 교환이 연결해주던 아주 위압적이고 고지식한

그러나 믿음의 연결의 끈인 새까만색의 전화기를 돌려 면회신청을 한 위병소에 연락.

오전내 지루하게 기다려도 쉽게 만나지 못하는 기다림의 인내 그 미학을 그때 배운듯

들락날락 문전을 오가며 그가올 방향 흰눈으로 덮힌 설산을 하염없이 보고 있노라면

저먼 설산(雪山)끝에 검은한점의 움직임이 빠르게 스르르,모자를 흔들며 벌겋게 상기

된 얼굴,군기풀린 청춘의 친구로,조금은 어색한, 몸에 맞지않는 큰듯한 군복이 어설픈

완전한 군인다움없는 초년병이 마냥 기쁜웃음으로 서로의 반가움에 어쩔줄 몰라한다.

조그만 산촌동네밖으론 나갈수없는 청춘의 무리들은 삼삼오오 면회객들과의 짝을지어

같은 부대원들끼리 한팀으로 왁자지껄 비닐친 포장마차,곰팡이 오줌얼룩진 벽지에 끄름

때 꼬질꼬질 검은번쩍거림은 오래된 낡은 다방안의 북적임과 뿌연 담배연기 시끄러운

턴테이블에 올려진 LP판의 잡음과 함께시끄러운 노래소리 그보다 더 커지는 술이 말하는

왁자지껄임들은 그들이 뽑아낸 탁한공기와 밤을 적당히 버무려가며 요란함속에 묻어간다.

짧은만남 한동안의 이별의 아쉬움은 언제나 위문편지 잠시 끈어진 편지에대한 오해와

변심에 대한갈등,이모든 사소한 감정놀음이 그땐 왜 그리도 절실한 삶에 중대한 구심점

이되어 우리를 갈등하게 만들었는지,지금에 이르러서도 그때의 추억은 샘처럼 솟는

젊은날의 기쁨이고 절로 입가에 웃음으로 번지는 지난날의 그립고 소중한 한시절 보물.

우리는 그후,내가 알지못하는 오해와 잘못 판단한 그의 판단으로 멀어졌고 그렇게 잊혀

지지않고,결코 잊지못하면서도 헤어졌고,그 알수없는 의문을 가슴에 간직한 응어리를

꽁꽁묶어 가슴에 묻고서 체기 가시지 않은 답답함으로 각기 다른방향의길을 갔다.

그리고 ,,,,,,그후로

아주 오랫동안 20년이 훌쩍지난 어느날.......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도 나도 언젠가는,아니 죽기전에는,만나야할 단 한사람으로 ,숙제같은 너와나였음

을 간직한체 먼 세월동안 그렇게 서로을 향해 보이지 않게 달려왔던 것이였다.

그때 그시절의향수

해질녁 드문드문 엉성한 집 굴뚝에서 제멋대로 피어오르는 아주진한 회색의 연기

늦도록 소맷부리에 콧물반질거리며 훌쩍이며 딱지치기 구슬치기에 여념없었던

그때는 그리도 추었어도 추운줄 몰랐지.가마솥에 여물익어가는 구수한 짚풀냄새

화롯불위에 지글거리던 강된장 쫄아드는 냄새,벌건 김장김치 한가닥 쭉 찢어서

보리밥위에 휘 감아올려 질끈 눈감고 아가리 크게 벌려 한입가득 우물거리던 밥맛.

새삼스레이 생각나는 것일까?

흰쌀밥 눈부심이 그렇게 부러웠던 옆집,누룽지조차 맛이달랐던 기억속의 가마솥의

바삭하던 누룽지는 최고의 입질거리로 그만이였는데,찬없는 보리밥 물에 말아 건져

올올이 제각기 흩어져 굴러다니던 까실한 보리밥은 쉽게 소하되 돌아서면 때끼가

미처 되기도 전에 허기로 돌아오고,밥양을 늘리려 밀가루 범벅과 감자 고구마 각종

곡물을 올려 부풀렸던 끼니,난 지금도 아무것도 섞지않은 오로지 흰쌀밥이 좋다,

여름이면 앞마당 멍석에 누워 수없는 별을 가슴에 쓸어담으며 밤이슬에 젖어 눈을

뜨고 물오른 쑥대더미 진한 쑥향의 매캐한 연기로해충을 쫒는 모기향삼아 피워

밤하늘 검푸르게 올리던 진한 연기,한바구니 가득 잘익은 옥수수 감자 고구마 푸짐한

밤참거리에 두런두런 대식구들의 이야기는 정겨웠고 뒤곁 끝 으슥한 재래식 변소에

갈라치면면 파란손 빨간손 귀신이 나오는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귀신이 너무도 무서워

처마밭 한쪽에서 달을 바라보며 볼일을 보노라면 앞산에 번쩍이는 도깨비 불에 화들짝

놀라기절 초풍 귀신같은 황당한 소문이 난무하던 귀신도 도깨비도 함께 공존한 세상

지금생각 하면 우습지만그땐 머리 뿔달린 도깨비가 정말 무서웠다.

면회가던 그시절 버스를 타고 가던길......

여름밤 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워 쑥향진한 연기로 모기 쫒으며 까칠한 멍석에 누워

무한한 밤하늘의 쏟아질듯한 별무리 은하수 흐르던 별빛강가에 빠져들었던 그때......

모든게 그리운 흑백필림처럼 감겨든다.

잠시 언뜻 스쳐가는 옛생각들,불편함과 부족함이 많았던 불편함이 좋았던

부족함이 풍요로웠던 내마음의 평화가 자연을 닮은 순수로 그때가 참 좋았다.

부족하지만 정겹고 인간적인 아나로그 시대의 그 때가 정말 그립다.

아나로그는 추억을 만들어가고,디지탈은 미래를 지우며 간다.

2006.02.0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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