畵中之餠(화중지병)
김봉숙
때이른
장맛비에 무럭무럭
웃자란 여름이 계절을 앓고
유월들어 훌쩍 커버린
한낮 땡볕 길어진 그림자 만큼
그리움 짙어지고
시름에 겨운
소슬바람
살랑이는 치마자락에 쉬어가니
밤꽃향기 뉘인 그늘아래
찢겨진 연민으로
사위어가는초라한 자화상
정액냄새 흩뿌리며
코끝에 묻어촉수 자극하던
타성(惰性)의 깊은 울림에 윤기흐르던 애액
서릿발 같이 내려앉은
흐드러진 밤꽃 늘어져도
하수상한 세월탓에 향기조차 잃었나
흔들어 깨우는 바람의 질타에
흔들려도 흔들려도
벌 나비 유혹하던 향기는 죽은지 오래전
꽃이란 이름으로 무늬만 아름다운
화중지병 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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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바람 한웅큼씩 스쳐 지나갈때면 앞산뒷산에서 실려오던 향기들
아카시아 꽃,밤꽃 지천에 흐드러지게 피었어도 이젠 향기가 나지
않습니다....바람 불어올때면 강건너에서 실려오는 꽃향기에 취해서
해질녁 운동장 잔듸밭에 한참씩 앉아있곤 했는데....이젠 더이상 향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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